"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문장을, 찰리 멍거는 이렇게 바꿔버렸다.
"어리석음을 피하는 것이, 똑똑해지는 길이다."
찰리 멍거.
워런 버핏의 그림자이자, 투자의 현자.
하지만 그를 단순한 투자자로 기억한다면, 그의 진짜 빛을 놓치는 것이다.
멍거는 늘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할 때 한 가지 모델로 접근하지 않는다.
경제학자처럼만 생각하면 경제학자의 망치로 모든 걸 두드리려 한다.
진짜 지혜는 다각도로 생각하는 데 있다.”
다각적 사고법(Multi-Disciplinary Thinking).
찰리 멍거를 정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어느 비 오는 날, 찰리 멍거가 카페에 앉아 있었다고 상상해보자.
테이블 위에는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누군가 흘리고 간 신문 한 부가 놓여 있다.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로봇 기술 발전으로 수백만 개 일자리 사라질 위기”
젊은 대학생이 멍거에게 다가와 물었다.
"찰리, 이 기사를 보면 미래는 정말 암울한 것 같아요.
우리는 뭘 준비해야 할까요?"
멍거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신문을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좋은 질문이야. 자, 이 주제를 세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첫 번째 관점: 경제학자의 눈
"로봇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것은, 단기적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야.
하지만 생산성이 증가하면, 결국 전체 경제는 성장하지.
생산성 증가는 곧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을 의미해.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등장하게 마련이야.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럭션(창조적 파괴)' –
조셉 슘페터가 말했듯, 기술 혁신은 항상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 질서를 창조해.
따라서 겁내지 말고,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해."
두 번째 관점: 심리학자의 눈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인간의 뇌는 손실회피(loss aversion)에 민감하게 설계돼 있어.
'잃을 것'에 과잉반응하고, '얻을 것'은 과소평가해.
기술 변화에 대한 공포심 역시 이 심리에서 출발해.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해.
'변화'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야.
문제는 우리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어."
멍거는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공포를 느끼는 건 자연스러워.
그러나 공포 때문에 사고가 멈추는 것은 비극이지."
세 번째 관점: 생물학자의 눈
"생명체는 변화에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어.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단순한 힘의 논리가 아니야.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이야.
기술 혁신은 일종의 환경 변화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지식', '기술', '사고방식'을 진화시킨 사람들이 살아남지."
그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신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면?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찾거나, 로봇을 활용하는 사람이 되면 돼."
찰리 멍거가 전하고 싶은 한 가지
멍거는 마지막으로 대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사를 읽고 단순히 '두렵다'고 느꼈다면, 너는 단일한 관점으로만 본 거야.
항상 한 가지 사건을 최소 세 가지, 네 가지 시각으로 봐.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심지어 역사까지.
그러다 보면
'공포'는 '통찰'로 바뀌고,
'위기'는 '기회'로 변신한다."
찰리 멍거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복잡한 세상을 복합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었다.
"나는 평생, 여러 분야의 기본 원리를 머릿속에 저장해왔다.
그 덕분에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고,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볼 수 있었다."
찰리 멍거식 다각적 사고법.
그것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이 아니다.
세계에 대한 다층적 이해를 통한 통찰이다.
오늘 신문 한 장을 읽더라도,
오늘 뉴스 하나를 듣더라도,
그것을 단 하나의 시각이 아니라,
세 가지 시각으로 보는 연습을 해보자.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멍거처럼 살아가는 첫걸음일지 모른다.